데이미언 셔젤의 영화 바빌론은 헐리우드의 황금기와 영화 산업의 과도기를 배경으로, 영화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열망을 복합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 바빌론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그리고 토비 맥과이어가 출연하여 이야기를 이끌며, 영화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중심으로 헐리우드라는 대형 무대를 무대로 펼쳐집니다.
이 영화는 당시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화려한 외관과 달리 생존과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이면의 감정과 심리를 세밀하게 담아냅니다.
셰젤 감독은 헐리우드의 과도기를 묘사하면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바빌론의 탑에 비유하며, 이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욕망과 닮아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자 하는 무성 영화 스타 잭 콘래드, 무성 영화의 경계를 넘어 스타가 되고자 하는 넬리 라로이, 영화계를 동경하는 매니 토레스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가 처한 갈등과 그로 인해 경험하는 몰락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특히 잭 콘래드의 캐릭터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과거의 인기를 잃어가는 자신을 부정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산업의 흐름에서 점점 뒤처지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현대인들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는 상황
영화 속 비평가의 대사, “너는 이후에 영혼처럼 회자될 거야.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너를 친구처럼 느낄 거야”라는 말은 잭이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 속에 남겨진 흔적으로서의 가치를 암시합니다.
이와 같은 메시지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을 느끼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넬리 라로이 역시 변화하는 영화 산업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며 허무함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얻은 성공을 지키려는 압박감 속에서 점차 무너져 가며, 약물과 술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녀는 본인이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 속 스타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러한 부조화가 그녀의 몰락을 초래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스타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과 비교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넬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둠 속 홀로 춤추며 사라지는 모습은, 시대에 따라 사라져 가는 스타들의 쓸쓸함을 상징합니다.
영화의 표현
이 영화는 약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헐리우드 속 인물들이 품었던 꿈과 현실의 괴리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영화는 잔인하고 외설적인 장면을 통해 당시 헐리우드의 화려함과 그 이면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며, 사람에 따라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셔젤 감독의 과감한 연출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셔젤의 전작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에서의 연출을 떠오르게 하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넬리의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명확하게 함축합니다.
“뭐든 될 수 있다면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사라지지 않고 의미 있는 것,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답변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넬리가 가장 행복하고 활기찼던 순간은 스타가 된 후가 아니라 꿈을 꾸던 시절이었으며, 이는 꿈을 이루기 전의 열정과 이후의 공허함을 대비시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던지며, 인물들의 결말을 통해 꿈과 성공 뒤에 오는 공허함을 되돌아보게 합니다.